'그들만의 리그' 넘어…'영리치' 문화축제 된 KIAF-프리즈

입력 2023-09-08 18:35   수정 2023-09-09 02:04


“이 많은 부자들이 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왔을까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개막한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서정아트에서 열린 ‘청담나이트’ 파티장에선 이런 얘기가 들렸다. 3층짜리 건물이 온통 20~40대 ‘영리치’로 꽉 들어찼기 때문이다. 인근 10여 곳의 다른 갤러리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7일 ‘삼청나이트’가 열린 삼청동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밤 12시까지 전시장을 내준 갤러리들을 젊은 관람객이 가득 채웠다. 대다수 관람객은 유창한 영어로 해외 갤러리스트 등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민국 미술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소수의 거부(巨富)끼리 수억~수십억원짜리 그림을 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2040이 그린 그림을 2040이 수백만~수천만원에 사들이는 축제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KIAF-프리즈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영리치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축제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뉴리치 ‘네트워킹의 장’ 된 아트페어

KIAF-프리즈 기간에 열린 관련 파티는 50개가 넘는다. 상당수는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다. 이런 행사에 온 사람은 대부분 미술품 구매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젊은 부유층이다.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컬렉터들도 20, 30대가 대다수였다.

한 갤러리가 이태원에서 연 칵테일파티에선 처음 만난 젊은 컬렉터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추천 작가를 공유했다. SNS로 수천만~수억원을 들여 모은 자신의 컬렉팅 리스트를 자랑하는 이도 있었다. 신세계, 멀버리 등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들이 KIAF-프리즈 행사에 ‘숟가락’을 얹은 이유도 이들 영리치를 잡기 위해서다.

이런 모임에 끼는 필수 조건은 그림을 사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름값 있는 작가의 그림을 사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 꽃봉오리를 틔우지 못한 신진 작가를 찾는 이가 더 많다. 한 30대 컬렉터는 “같은 돈으로 명품을 사거나 유흥에 쓰는 것보다는 미술품에 투자하는 게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며 “눈도 호강하고 향후 돈도 벌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만한 취미도 없다”고 말했다.
○MZ컬렉터에 문턱 낮춘 갤러리들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판매되는 미술 작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다. 올해 KIAF-프리즈에선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작가들의 중저가 작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90년대생 작가인 이목하, 박론디, 정수정, 김보경, 권하나, 콰야, 샘바이펜 등의 작품은 VIP 관람일과 일반 관람 첫날 준비한 그림이 대부분 팔렸다.

해외 갤러리들도 마찬가지다. 타데우스로팍은 정희민 작가(1987년생)의 작품 두 점을 각각 2만5000달러, 1만8000달러에 판매했고, 페이스갤러리는 로버트 나바(1985년생)의 작품을 15만달러 안팎에 팔았다. 하우저&워스의 앨리슨 카츠(1980년생) 작품은 7만5000달러에 새 주인을 맞았다.


갤러리들도 문턱을 낮추는 데 가세했다. 7일 ‘삼청나이트’ 행사 일환으로 파티를 연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는 밤 12시까지 누구에게나 문을 열고 음식과 주류를 무료로 제공했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대표 분식 4종과 아이스크림, 맥주 등이 담긴 푸드트럭을 뒷마당에 세워두고 밤새 손님을 맞았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곳을 방문한 이해나 씨(33)는 “아니쉬 카푸어와 양혜규라는 글로벌 스타 작가의 전시장을 사이에 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게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학고재갤러리에서는 작품을 전시 중인 이우성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며 관람객과 소통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갤러리 문턱을 낮춘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행사들은 한국과 한국 미술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7일 가회동 휘겸재에서 열린 프리즈 공식 파티에는 각국 대사관 직원이 많이 참석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미술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가 많은 것에 깜짝 놀랐다”며 “삼청동과 한남동, 을지로까지 지역마다 다른 콘셉트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수영/김보라/이선아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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